Trend & Issue/@Food Trend

⊙뉴욕의 식품점

Paul Ahn 2006. 4. 17. 08:33

뉴욕은 식품점도 남다르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1/2017041101933.html?pmletter

 

뉴요커들의 쇼핑 스타일은 남다르다.

훈제연어·프랑스 치즈… 화려한 디스플레이로 유혹하고

코너마다 해박한 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고객을 도와준다.

 

과거 미소 냉전 시대에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소련과 미국을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로 수퍼마켓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초대형 규모의 매장과 그 안에 끝도 없이 연속되는 상품의 현란한 진열은 미국 풍요로움의 자랑이자 철저한 상업주의의 상징이다.

 

 

경마장같이 넓은 주차장, 쇼핑 카트에 가득 담은 물건을 끄는 소비자는 미국의 일상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하지만 뉴요커들의 쇼핑 스타일은 미국 타 도시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우선 맨해튼에서는 주차장을 갖춘 대형 수퍼마켓을 찾아보기 어렵다.

 

주차를 할 수 없고, 차가 없으므로 걸어서, 또는 대중교통으로 매장에 오고, 양손에 들고 갈 만큼의 수량만 구매한다. 이러한 지리적, 문화적 배경 때문에 맨해튼에는 중소 규모의 식료품 전문점(Food Specialty Market)이나 단일 업종의 상점이 대부분을 이룬다.

 

수천, 수만 가지의 상품이 진열된 수퍼마켓은 일방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알아서 집어 담는 일방적 구매 형태가 보통이다. 하지만 뉴욕의 식료품점들은 이런 고정 개념을 탈피했다. 각 식자재 코너마다 해박한 지식을 갖춘 매니저와 직원이 상주하면서 고객의 구매를 도와주도록 만들었다. 치즈, 빵, 올리브, 생선, 야생고기, 희귀 식재료 등이 색채와 질감, 형태를 달리하며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마치 큰 전통시장의 골목골목을 거닐며 한 가지씩 물건을 구매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져 있다. 소비자와의 대화와 친근함을 이끌어 내는 이 개념은 신선했고, 오늘날 대형 수퍼마켓들도 이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신선하고 싼 채소와 과일이 유명한 ‘페어웨이(Fairway)’

 

이런 식료품 전문점의 특징 중 하나는 HMR(Home Meal Replacement)/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이라고 불리는 섹션의 강조다. HMR 또는 RMR의 개념은 식료품점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 완성품으로 판매하고 소비자가 구매해 집에서 데워 먹는 개념이다.

 

레스토랑은 편리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직접 하는 요리는 건강하지만 시간이 많이 든다. 도시의 바쁜 일정에 시달리는 뉴요커들에게 HMR/RMR은 더할 수 없이 편리하고 적합한 음식 제공 형태다.

 

올바른 식재료와 음식에 관한 관심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레스토랑 못지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곳이 식자재를 판매하는 상점들이다. 전 세계의 마켓 환경이 변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뉴욕에도 이탈리(Eataly), 푸드 홀(Food Hall), 르 디스트릭트(Le District) 등의 현대식 마켓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들 매장 내부의 청결하고 정돈된 음식, 식자재의 디스플레이는 일품이다. 특히 오픈 키친으로 구성된 RMR 섹션은 장관이다.

 

이러한 첨단의 세련된 디자인을 도입하지만 이들 역시 뉴욕의 기존 식료품점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여기에 뉴요커들의 이민의 역사와 열심히 사는 모습,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러한 스토리로 뉴욕의 마켓은 언제나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유서 깊은 식료품 전문점 몇 곳을 소개한다.

 

 

1915년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루이스 발두치가 만든 식료품점 발두치(Balducci). 야채, 육류, 파스타 디스플레이가 특히 아름답다(왼쪽). 80여 년 전통의 식료품점 제이바스(Zabar’s)의 훈제 생선 카운터. 직원 여러 명이 훈제 연어 자르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제이바스(Zabar’s)·박진배

 

 

제이바스(Zabar’s)

 

80여 년 전 브루클린에서 훈제 생선을 만들어 팔면서 시작한 식료품점이다. 현재는 전문화된 고급 치즈, 올리브, 가공육, 베이글, 식기류 등을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훈제 생선 카운터로 항상 여러 명의 직원이 ‘노바(Nova)’라고 불리는 훈제 연어를 자르고 있다. 이 연어는 흔히 세계에서 둘째로 맛있는 연어라 불린다. (참고로 일본 홋카이도 연안에서 10만 마리당 하나로 잡히는 별종 연어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1년 중 가장 바쁜 12월 31일, 열 명이 넘는 직원이 카운터에 정렬해 쉬지 않고 연어를 자르는 모습은 뉴욕의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 중 하나다. 영화 ‘유브 갓 메일 (You’ve Got Mail, 1998)’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승강이 벌이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뉴욕에 살면서 센트럴 파크로 피크닉을 간다면 그 전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주소: 2245 Broadway 80th Street, www.zabars.com

 

 

시타렐라(Citarella)

 

1912년 마크 시타렐라(Mark Citarella)가 할렘에서 생선 장사로 시작해 오늘날의 종합 음식 전문 마켓으로 발전시킨 상점이다. 뉴욕에서 풀턴 수산시장(Fulton Fish Market) 다음으로 가장 신선한 생선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치즈와 육류, 빵도 고품질이다. 매장은 유명 디자이너 데이비드 로크웰(David Rockwell)의 작품으로 치즈를 쌓은 형태가 마치 건축적 기둥과 같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으로 유명한 감독 노라 에프런(Nora Ephron)은 이곳의 매력을 “시타렐라에서는 러브스토리가 시작될 수 있다”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주소: 2135 Broadway(75th St.), www.citarella.com

 

 

디자이너 데이비드 로크웰이 기둥처럼 치즈를 쌓아 연출한 매장 디자인이 인상적인 시타렐라(Citarella)(왼쪽). ‘유럽의 노천 시장’이라는 개념으로 만든 딘 앤 델루카(Dean & Deluca) 매장의 생선 판매대./ 제이바스(Zabar’s)·박진배

 

 

발두치(Balducci)

 

1915년 이탈리아의 항구도시 바리(Bari)에서 이민 온 루이스 발두치(Louis Balducci)가 브루클린에서 청과상으로 시작한 마켓이다. ‘21세기의 라이프 스타일과 경제성’이라는 모토 아래 특유의 오렌지색 로고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야채, 육류, 파스타 등의 상품 디스플레이가 특히 아름답다.

주소: 301 W 56TH St., www.balduc cis.com

 

 

페어웨이(Fairway)

 

1930년대 맨해튼의 어퍼웨스트 사이드에서 시작해 현재 뉴욕 인근 14개 매장이 있다. 프랑스 치즈 연합 길드에서 공인한 치즈 수입상이 선택한 치즈 섹션이 특히 유명하며 야채와 과일의 신선도와 적당한 가격으로 언제나 고객들로 붐빈다.

주소: 2131 Broadway, www.fairway market.com

 

 

딘 앤 델루카(Dean & Deluca)

 

1973년 소호가 아직도 창고와 제조 공장으로 구성되어 있던 시절에 조르조 델루카(Giorgio Deluca)가 작은 치즈 가게를 열었고, 1977년 파트너였던 조엘 딘(Joel Dean)과 함께 대형 마켓으로 확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좋은 식자재를 위해서 전 세계를 배회하였다. 이 매장의 디자인 또한 유명하다. 예술가이자 창립 파트너였던 잭 세글릭(Jack Ceglic)은 ‘유럽의 노천 시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매장을 디자인했다.

주소: 560 Broadway(Prince St.), www.deandeluca.com

 

2017.04.11

박진배 교수  편집=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