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나비 / 전통주 전문점
가양주… 그 희소성을 훔치다
인사동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장자의 나비」는 남도 음식을 위주로 한 전통 한식을 선보이는 곳이다. 남도음식 있는 곳에 삼합 빠질 수 없고 삼합 있는 곳에 탁주 빠질 수 없는 법. 넉넉한 인심의 식사 메뉴도 좋지만 예스런 분위기 속에 곰삭은 홍어요리 안주삼아 마시는 탁주 한 사발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사실 이곳은 전통주 전문점은 아니다. 거친 나무결이 살아있는 테이블과 벽면 군데군데를 장식하고 있는 고(古)악기들이 전통 주점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는 하나 남도 한정식이라는 메인 메뉴를 중심으로 탁주를 포함한 몇 가지 술을 판매하는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주 마니아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박정철 사장이 직접 빚은 가양주를 맛볼 수 있기 때문. 전통주연구소의 회원이기도 한 박 사장은 연구소에서 익힌 제조법과 각종 문헌을 참고해 가며 전통 가양주를 재현하는데, 판매를 위한 대량생산이 아닌 만큼 ‘아는 사람만’ 즐길 수 있다는 희소성이 술맛을 더욱 배가시킨다.
속성주가 아닌 밑술 담기와 덧술 담기를 거친 이양주를 고집하는 까닭에 기다리는 기간만 해도 수 개월. 게다가 대형 양조시설이 아닌 말 그대로 가양주인 탓에 실패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제대로 된 가양주 맛보기가 그리 쉽지 않으며, 기다린 시간만큼 술의 양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니 아쉬움이 더하다. 굳이 청주를 분리해 내지 않고 휘휘 저어 탁주로 제공하는 것도 조금이라도 많은 이들에게 가양주를 맛보이고 싶은 이유에서다.
역시 많은 양은 아니지만 종종 직접 내린 소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흔히 알고 있는 소주와는 달리 전통 소주는 알콜 도수 40도 안팎의 독주가 대부분. 하지만 첨가물을 섞지 않아 개운하며 과음으로 인한 숙취 걱정도 없어 이 역시 탁주 못지않게 인기다.
소주 안주로는 말린 가오리를 청주에 쪄낸 가오리찜을 비롯해 부드러운 홍어찜 등이 제격인데 장자의 나비 모든 음식이 모양새 없이 투박하기는 해도 식사며 안주며 그 맛 하나는 빠지지 않는다.
전통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 불과 2년여 남짓이지만 가양주 문화 부활에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박정철 사장. 벽면 한곳을 차지하고 있는 가양주 제조 장면 사진이 그러하며 한 귀퉁이서 이불을 덮어 쓰고 익어가는 술독이 그러하듯 곳곳에 배인 술 내음 속에 보다 많은 이들에게 우리술을 선보이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난다.
2005-11-16
관리자기자, foodbank@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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