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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구두명장 / 박정희ㆍ이병철 신발 만든 55년 경력 제화공

Paul Ahn 2008. 2. 14. 09:17

 

★김영만 구두명장 / 박정희ㆍ이병철 신발 만든 55년 경력 제화공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1111747661?nv=o

 

김영만 금천코퍼레이션 고문

 

김영만 금천코퍼레이션 고문(79 · 사진)은 한국 현대사의 '거목(巨木)'들에게 신발을 만들어준 명장이다. 이승만 · 박정희 전 대통령,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이 그가 만든 구두를 신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에 활동했던 알 만한 사람들 신발은 거의 다 만들어봤다는 게 김 고문의 얘기다.

 

 

 

발 사이즈를 재고 모양을 뜨다 보니 권력자나 유명인이 짝짝이 등 '못생긴 발'임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김 고문에게 함구령이 내려졌다. 신발 제조 55년 외길,그가 간직한 에피소드가 한가득이다.

 

김 고문이 신발제조 분야에 처음 발을 들인 건 1956년이다. 부산 덕원고를 나와 먹고살 길을 찾은 끝에 '통영피혁공업회사'에 들어갔다. 이듬해 금강제화로 직장을 옮겼고 여기서 20년을 일했다.

 

금강제화에 근무하면서 접착제를 사용한 신발 제조공법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 사이즈를 잴 때 쓰던 척관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명장으로 선정됐다. 신발용 가죽 유통회사 금천코퍼레이션에 들어간 건 1999년이다. 

 

그는 1960~1970년대 고위 관료와 재벌들이 어떤 구두를 선호했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관료들은 투박하지만 견고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선호했다. 디자인보다 내구성과 편리함을 챙기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 스타일은 당시 전국적인 유행을 탔다.

 

그러나 대기업 총수와 가족은 날렵하게 코가 뻗은 '컨티넨털 스타일'을 주문했다. 발이 불편하고 덜 튼튼하지만 디자인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김 고문은 "당시 기준으로는 재벌가 사람들의 취향이 특이한 것이었지만 이후에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고 컨티넨털 스타일이 보편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이다. 요즘은 디자인에 치우친 시대다. 김 고문은 "지금 나오는 신발들은 발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게 태반"이라며 "잘 팔리는 신발 중에도 신을 수 없는 지경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 신발을 만든 제화공은 건강을 해치는 신발이라는 걸 안다고 한다. 하지만 잘 팔리기 때문에 '눈 딱 감고' 만든다고.

 

김 고문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품질표시 형식으로 제품에 붙이도록 해야 합니다. '이 신발을 오래 신으면 무지외반증이 생긴다'는 등의 문구를 소비자가 볼 수 있게 하자는 거지요. "

 

그는 수십 가지 신발 제조 공정을 대부분 마스터한 '전천후 달인'이다. 신발 제조 기술자들은 보통 한 공정에만 도통해 있다. 그러나 김 고문은 양장화 바닥을 만드는 '시멘팅프로세스', 등산화 바닥을 만드는 '굿이어웰트' 등 대부분의 공정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살아있는 신발 제조 교과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런 능력을 살려 '피혁공예''화형설계' 등 4권의 책을 썼고 1988~1990년 오산대학 제화공업과 전임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앞으로도 기술학교나 대학에서 강의를 요청하면 얼마든지 응할 생각이다. 실패했던 신발디자인스쿨 설립도 기회가 되면 다시 시도하려고 한다. 팔순의 나이지만 그는 아직 쉴 생각이 없다.

 

2011-11-17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