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편의점 우후죽순…되는 곳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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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수 많아지며 경쟁 치열..커피숍보다 높은 폐점률
마진 계산하는 시스템 점주에게 불리..사전 설명 없어
야간 영업 압박 여전해..대목 때 물건 밀어넣기도 여전
서울시 중구 청계천로에 위치한 골목엔 50m 간격으로 편의점이 3개가 들어서 있다.
건물 지하에 있는 편의점까지 합치면 4개에 달한다.
편의점 시장이 급속도록 성장하고 있지만 실제 점주들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가맹점수가 늘어나면 무조건 돈을 버는 본사와는 달리 치열한 경쟁에 허덕이는 점주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편의점 가맹사업자의 폐점률은 커피숍이나 치킨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공정거래위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세븐일레븐의 폐점률은 28%에 달한다. CU는 5.99%, GS 25는 3%로 다른 브랜드까지 합치면 업계 전체 평균이 9%가 넘는다. 커피전문점의 폐점률 4%와 치킨 프랜차이즈 폐점률(5%)에 비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자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가 아닌 이상 편의점이 중국집같은 다른 요식업에 비해 순수익이 크게 남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한다.
올해로 3년째 대기업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형(가명) 씨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편의점을 매물로 내놨다. 낮은 수익구조 때문이다. 김 씨는 서울 강남구 방배동에서 3년전 편의점을 열었다. 주변에 유흥업소가 많아 매출은 걱정없었지만 정작 손에 떨어지는 ‘순이익’은 적었다. 비밀은 마진이 10%도 채 되지 않은 담배 매출이 높은 데 있다.
김 씨는 “점주는 편의점에게 월급을 받는 구조다. 매일매일 매출을 본사에 입금하고, 본사가 거기에서 원가, 세무사 비용, 전기세, 식품 폐기비 등을 다 제외한 후 순수익의 70%를 우리에게 주고, 30%는 본사가 먹는다. 점주들은 그 정산금에서 알바비 등 인건비를 제외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며 “게다가 편의점에서 원가 계산을 하는 시스템이 점주에게 불리하다. 만일 담배나 교통카드 같이 마진이 낮은 상품을 많이 팔면 전체적인 마진율이 낮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마진율이 40%에 달하는 과자를 100만원어치 팔고, 마진율이 9.7%밖에 안되는 담배를 100만원 팔았을 경우 40만원의 70%+9만7000원의 70%를 점주가 챙기는 것이 아니라 마진의 평균인 24.85%로 계산해 70%를 점주에게 주는 것. 결국, 아무리 마진율이 높은 상품을 팔아도 담배나 마진율이 0.03% 밖에 안되는 교통카드를 팔면 전체적인 마진이 깎인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저희는 유흥업소 중심이라 담배 매출이 전체의 70%에 달할 만큼 높지만 이런 상황은 다른 편의점들도 마찬가지다. 정말 특별히 장사가 잘되는 주택가에 있지 않은 이상 전체의 45%~60%가 담배 매출”이라며 “이 때문에 마진을 평균으로 내는 시스템 자체가 편의점주들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그런다고 사업 설명회 때 이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계약서가 70페이지에 달해 이를 읽어보기도 힘들다. 계약서가 두껍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제재가 많다는 것이라는 점을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스키장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양진우(가명) 씨 역시 5년 계약 기간만 끝나면 편의점을 그만두고, 요식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큰아버지 건물 1층에서 편의점을 하는 양 씨는 임대료가 낮아 겨울 스키장 성수기때는 한달에 700만원까지도 손에 쥐어봤다. 임대료가 낮은 덕분에 순이익은 나쁘지 않았지만 가게를 관리하는 본사 FC, 아르바이트생 등과의 갈등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양 씨는 “우리 손님의 대부분은 고속도로를 지나가는 트럭 운전기사들이다. 담배 매출이 높고, 담배 사러 오면서 컵라면이나 저렴한 초콜릿이나 과자를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라며 “그런 사정을 뻔히 아는데도 FC가 페레로로쉐 같은 고가의 초콜릿을 50만원어치 넘게 가게에 놓고 가거나 한 개에 3000원이 넘는 생과일 요구르트를 몇 병이나 놓고 간다. 이런 물건들은 유통기한이 짧아 폐기처리되기 일쑤다. 물건을 관리하고, 발주하는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1년3개월전 33㎡(약 10평)짜리 대기업 편의점을 연 황일수(가명)씨는 야간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에 야간영업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효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업주가 야간영업을 하지 않으려면 조건이 까다롭고 본사에서 전기세 지원금을 끊어버리겠다는 압박을 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황 씨는 “처음엔 법이 개정됐으니까 야간 운영을 쉽게 안 할 수 있는 건지 알았다. 그러나 야간영업을 하지 않으려면 최근 6개월 동안의 해당 점포 심야 시간대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야 한다. 수입이 100원이라도 많으면 할 수 없다”며 “윗동네 편의점주는 야간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까 FC가 전기세 지원금을 끊겠다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한다고 들었다. 법과는 달리 실제 뜻대로 미운영할 수 있는 가게들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10m 앞에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올 만큼 편의점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달에 500만원이나 알바비를 지출해가며 야간 운영을 하니 힘들다”라며 “본사는 우리를 ‘점주님’이라고 부르지만 진정한 ‘갑’은 ‘을’을 가장한 본사”라고 강조했다.
2016-03-15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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