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세권'에 이어 '블세권'… ‘맥세권’
카페를 보면 상권이 보인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시장에서 '블세권'이 주목받고 있다. 블세권은 커피전문점 '블루보틀' 입점 인근 지역을 일컫는 신조어로, '스세권'(스타벅스 인근 지역)에서 파생됐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블루보틀이 입점한 성수동과 삼청동 일대의 유동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한때 젊은 층이 몰리는 신생 상권으로 떠올랐지만 이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일어나며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블세권'으로 떠오르며 두 지역은 다시 활력을 찾는 모양새다. 성수동 A공인 대표는 "(블루보틀 앞에) 항상 줄 서서 기다리는 대기 손님들이 많고 동네에도 사람이 늘었다"며 "온 김에 주변을 둘러보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B부동산 관계자도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산 후 서울숲 상권을 찾는 등 파급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날 방문한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는 파란 병이 그려진 블루보틀 커피 컵을 든 채 주변 상점을 방문하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블루보틀에서 산 '굿즈'가 담긴 쇼핑백을 든 채로 옷을 고르거나 테이크 아웃한 커피와 함께 마실 빵을 다른 빵집에서 사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빵집 점원은 "오는 손님 5명 중 1명은 블루보틀 컵이나 쇼핑백을 들고 온다"고 말했다.
주변 상가에서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파급 효과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는 블루보틀만의 독특한 매장 철학에 있다. 블루보틀 내부에는 장시간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대부분 딱딱한 의자가 놓여 있고 와이파이나 충전기를 꽂을 플러그도 없다. 이른바 '노 와이파이 노 플러그'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이나 '코피스족'(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이 생기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주변 상가에서는 테이크아웃 방식의 블루보틀 매장 운영 전략이 방문객 분산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와의 조화를 지향하는 블루보틀의 특성도 이런 기대에 힘을 더한다. 블루보틀은 현재 삼청점에서 ‘커뮤니티 맵’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도쿄 나카메구로(中目?)점 등 일본에서도 만들어졌던 지도로 주변의 맛집·명소 등을 직접 해당 점포의 점원들이 조사해 만든다.
지방자치단체도 블루보틀의 위력에 주목하고 있다. 성수동이 속한 성동구는 지난 5월 블루보틀과 주민·상인을 위한 바리스타 교육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추진 등의 내용이 담긴 상생협약을 맺었다. 이어 지난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진단 및 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블루보틀 입점에 따른 주변 상권 파급효과 분석을 통한 대응전략 마련'을 과업에 명시하기도 했다. 블루보틀의 일본 운영 사례도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아직 '블세권'의 영향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삼청동 C공인 이사는 "지금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한국 관광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는 것은 호재"라면서도 "젠트리피케이션 자체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줄고 특색 없는 화장품 소매점들이 입점하기 때문인 만큼 가게 하나가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색있는 점포가 함께 더 들어오지 않는 한 파급력을 평가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커피 브랜드 세권'의 원조인 '스세권'을 만들어낸 스타벅스는 주요 상권에 밀집해 입점하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의 입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축을 중심으로 바큇살이 뻗어나가는 자전거 바퀴 모양에서 유래한 이 말은 ‘축’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출점해 인지도를 높인 뒤 점포를 파급해나가는 전략이다.
구 전체가 고가의 업무·주거지역인 강남과 서초, 중구를 제외하면 많은 스타벅스 점포가 자치구 내에서도 주요 상권에만 밀집해 입점한 경우가 많았다. 영등포구의 경우 여의도동에만 19곳이 입점해있고, 서대문구는 21곳 중 11곳이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위치한 신촌 대학가 일대에 집중됐다. 금천구와 구로구의 경우도 각각 10곳 중 7곳과 6곳이 가산, 구로디지털단지에만 들어서 있다. 소위 '잘 나가는 곳'에만 집중적으로 입점한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타벅스 입점 건물은 좋은 투자처로 각광받는다. 스타벅스는 입점 시 월 순매출액의 일부를 임대료로 지급하는 계약을 자주 맺어 임대수익이 양호하기 때문이다. 또 스타벅스 입점은 건물 가치 상승에도 큰 호재로 작용한다. 지난달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을 매입하는 사모펀드가 출시돼 빠른 속도로 완판됐고 하정우, 박명수 등 유명 연예인들의 스타벅스 입점 건물 매입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9.07.17 13:57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건물주만 자격 있다는 ’스타벅스’ 창업, 월 수익 얼마나 나올까?
걸어서 맥도날드를 갈 수 있는 지역을 ‘맥세권’이라 한다. 그런데 맥도날드는 일반인도 점포를 낼 수 있는 반면, ‘스세권’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스타벅스는 직영점으로만 운영하기에 일반인이 가맹점으로 창업할 수 없는 프랜차이즈다. 그러나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농담처럼 건물주에 한하여 스타벅스 창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건물주는 어떻게 스타벅스를 창업할 수 있는 것이고 또 얼마나 수익을 벌 수 있는 걸까? 건물주만 자격 있다는 스타벅스 창업, 수익과 방법을 조금 더 알아보자.
1.직영점인데 창업이 가능한 이유
스타벅스는 공식 홈페이지에 “스타벅스는 개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이 없습니다. 모든 매장은 본사에서 직접 운영, 관리하는 직영점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이 투자, 운영하실 수 있는 가맹점, 체인점 형태는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인에게는 닫혀있는 스타벅스 창업이지만, 건물주에게는 스타벅스 창업의 뒷문이 열려있다. 바로 스타벅스에 입점 제의를 하는 것이다. 건물주는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에 입점 제의를 할 수 있으며, 제의를 받은 스타벅스는 해당 건물 인근의 상권 등 조건을 따진 뒤 입점 가불가를 결정한다. 스타벅스가 입점을 결정하면 일정 월세와 수수료 월세 두 가지의 임대 방식 중 한가를 선택하게 되는데, 수수료 월세 임대 방식으로 월세를 받을 경우를 스타벅스 창업이라고들 한다.
2. 수수료 방식의 수익
스타벅스의 임대 방식은 고정 월세와 수수료 방식 월세로 나뉜다. 이중 수수료 방식에 대해 스타벅스는 “전형적인 전/월세 형태의 임대 방식에서 탈피하여 매출의 일정 비율을 건물주에게 임대료의 형태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만약 수수료율 17% 임대계약을 맺고 들어온 스타벅스가 첫 달 5천만원, 둘째 달 1억의 매출을 올렸다면, 건물주는 첫 달 850만원을 임대료로 받았지만 둘째 달에는 1700만원을 월세로 받게 된다.
고정 월세는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보증금 2~3억원에 월세 900~1400만원이다. 반면 수수료 방식은 입점한 스타벅스의 매출이 높을수록 더 높은 월세수익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스타벅스 창업이라 불리는 것이다.
3. 건물의 가치 상승
스타벅스는 그 지역의 상권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스타벅스가 위치한 건물은 주변 건물보다 입지가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며, ‘스벅 빌딩’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다. 게다가 5년을 주기로 계약하는 스타벅스는 상권뿐만 아니라 건물의 상태, 환경 등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건물주가 스타벅스와 재계약을 원한다면 건물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건물의 상태가 좋고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니 건물주는 상부층의 임차 구성에 인근 건물보다 강점을 가질 수 있다. 스타벅스 입점으로 시세차익을 얻은 대표적인 예로는 개그맨 박명수가 있다. 박명수 부부는 스타벅스가 입점한 건물을 통해 1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만약 스타벅스가 떠나더라도 그간 관리가 잘 된 건물은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기에도 유리하다.
4. 스타벅스 입점의 조건
스타벅스는 입점 방식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매장이 80개에서 4000개까지 성장할 때까지 스타벅스의 사업 확장 설계자로 일했던 아서 루빈펠드를 통해 그 조건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 상업용 부동산 허브 ‘VENN’에 따르면 그가 현장 담당자에게 요구했던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상업지에 거주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수준과 주택규모 및 주택 형태
2) 스타벅스의 개념에 적합한 주·야간의 인구 규모
3) 상업지역 내의 기업체 수
4) 경쟁자의 수와 매출 규모 및 입지
5) 후보 입지와 상권의 관련성
6) 점포 부근에서 실제 고객을 불러들이는 요소
7) 거주자와 근로자, 쇼핑객과 단순 통행인의 통행패턴
8) 통행패턴이 점포에 미칠 영향
대체로 위의 조건에 합당한 지역은 시중은행의 지점과 유사한 곳이 많다. 은행이 지점을 줄이는 요즘, 은행 지점이 위치했던 건물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5. 드라이브스루
상가에만 스타벅스가 들어오라는 법은 없다. 1950년대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최근 한국에서도 매장 수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즉, 주유소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들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SK에너지는 2009년부터 주유소 밸류 업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프랜차이즈 드라이브스루 매장과 주유소를 결합했다. 그러나 주유소를 소유했다고 모두가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입점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건물이라고 스타벅스가 다 입점하지 않듯, 주유소도 스타벅스가 조건을 따져 입점을 결정한다.
6. 주의점
과거에는 스타벅스 입점이 건물주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었다. 스타벅스가 가져다주는 혜택이 그만큼 많아 조물주 위 건물주 그리고 건물주 위에 스타벅스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스타벅스를 임차인으로 들이는 일에 회의적인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선 이제 스타벅스가 발이 채일 정도로 많은 점을 이유로 든다.
2016년 국내 1000여 개가 있던 스타벅스 매장은 2018년 1250개로 증가했는데, 10년 동안 매장수는 4.6배 증가했다. 게다가 직영점만 운영하는 스타벅스의 특성상 거리 제한이 없어 상권만 좋다면 조금만 걸어도 3,4개의 스타벅스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스벅 빌딩’으로의 희소성을 잃은 것이다.
다음으로는 임대인의 수익 감소다. 스타벅스처럼 수수료 방식으로 임대료를 지불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은 일반적으로 매출의 20% 정도를 임대료로 낸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그보다 낮은 15~17%를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었으며 최근 입점 시에는 12~13%가 일반적인 수수료 계약 조건이 되었다. 고정 임대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11년 월세 1150만원에 입점했던 스타벅스는 2018년 들어 오히려 월세를 900만원 낮춰 계약했다. 브랜드 파워가 강력해지다 보니 오히려 건물주를 압박하는 것이다. 김영정 빌딩드림 이사는 “스타벅스 매장을 임차인으로 들일 경우 임대 수익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하며 스타벅스 매장 증가에 따라 스타벅스 입점이 주는 건물 가치 상승효과도 낮아질 거라 주장한다. 건물주만이 창업할 수 있다는 스타벅스지만, 이제 그 창업이 과거처럼 잘 될 것인지 다시 한번 고려해 볼 때다.
2019년 3월 5일
한하율 에디터 mightysen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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