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옥 어육장 / 한국식품명인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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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육장은 말 그대로 생선과 육류가 들어간 장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장을 담글 때는 메주에 대구·민어·조기·병어 등 생선류와 소고기·닭고기·꿩고기 등 육류를 켜켜이 넣는다. 여기에 두부·다시마·홍합·문어·새우·전복·홍합과 같은 진귀한 식재료도 아낌없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소금물을 부어 1년간 땅속에 묻어 둔다. 해가 지나면 이를 꺼내 어육간장과 어육된장으로 가르고, 다시 1년간 지상에서 숙성시킨다.
햇수로 꼬박 3년. 비로소 하늘과 바다, 땅이 어우러진 어육장의 맛이 열린다. 귀로 듣기만 해도 맛의 호사스러움이 혀끝에 감돈다. 채 삭지 않은 고기 덩어리째로 된장찌개를 끓여 먹으니 깊은 감칠맛이 일품이다.
어육장에 대한 기록은 『산림경제』와 『규합총서』에 전해진다. 이중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서는 어육장을 이르러 “그 맛이 아름답기 비길 데 없다”고 했다. 하지만 명확히 왕이 먹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재료만 보아도 사대부나 왕가에서만 먹을 수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콩의 식물성성분에서 나오는 영양과, 생선·육류의 동물성 영양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상촌식품 연구개발부 이남근 연구원은 “일반 한식 장과 비교했을 때 아미노산 질소의 함량이 높게 나타나 질적인 면에서도 우수하고, 항산화력도 높았다”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항비만, 항당뇨의 기능성은 물론 오메가3 성분도 오롯이 담겨 있다. 볕이 좋은 4월은 대대로 어육장을 담그는 달이다. 명맥이 끊긴 채 옛 조리서에 남아있던 어육장을 복원한 권 명인은 “4월에는 얼었던 땅을 파, 독을 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5일 오후 2시 그는 경복궁 장고에서 어육장 담그기를 시연한다.
잊혀져 있던 한국의 장, 어육장의 진귀한 맛을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궁중 장을 재현하고자 2005년 경복궁에 궁중의 ‘장고’가 재현됐다. 지난해 장고를 일반에 다시 개방하며, 궁중 장 담그기 시연 행사를 했다. 그때 선보인 것이 ‘어육장(魚肉醬)’이다. 시연에 참여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7호 권기옥(80세 용인시 백암면) 선생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손수 어육장을 담그는 모습을 보고 먹으며 자랐다.
‘어육장은 임금님 음식을 준비하던 수라청에서 만들어 먹던 장’이라고 어머니가 그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 백경신(1904~1989)씨는 흥선대원군과 집안의 연이 닿았던 큰 외조모 이옥희(1876~1947)씨로부터 조선왕실의 음식과 장 만드는 법을 전수받았다.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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