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한우 백화점 / 망원월드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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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지키듯 우리 것을 지키는 사람들
누구나 하던 일이 어려워지면 딴 생각을 하기 나름이다. 그 결정이 현명한 것인지 미련한 것인지는 나중에 결과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되지만, 결정에 따른 책임 역시 자신의 몫이기에 무엇을 결정하기에 앞서 ‘신중’이라는 단어가 항상 먼저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이 다가와도 꿋꿋하게 버티며, 자신의 최초 결정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망원동월드컵시장에 있는 토종한우백화점의 대표인 박병찬 사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시작
박 사장은 26년간 해병대에서 근무하다 고급장교로 전역한 사람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 사회와 떨어져 있던 사람이 어찌 정육점을 차리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전역을 하면 군대에서 사회 적응 기간이라고 해서 6개월 동안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지원을 해줘요. 저는 그때 일단은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는 증명을 해야 했기에 집 근처의 컴퓨터 학원을 등록한 후, 바로 그동안 알고 있었던 사람들과 모두 약속을 잡았죠.”
처음에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과의 해후를 위해 그런 줄 알았으나,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하던 일과 자신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투자해야 하는 자금 등을 꼼꼼히 살핀 결과 지금의 ‘토종한우백화점’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신이 그린 청사진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는 자금의 압박이 심했으며, 그것은 형제들의 도움에도 모두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박 사장은 당시 서울시에서 운영하던 ‘서울시 지정 한우 전문 판매점’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전문 판매점으로 지정이 되면 창업지원금이 지원되었기 때문이다.
군대 생활만 했던 사람이 문서 한 장이라도 만들 수 있었을까 싶었지만 박 사장은 멋들어지게 창업 계획서를 제출했고, 토종한우백화점에는 ‘서울시 지정 한우 전문 판매점’이라는 명패를 걸 수 있었다.
모두 계획한 것을 꼭 이루고자 하는 박 사장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현실이 될 수 없었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용기
박 사장이 토종한우백화점을 연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자리를 옮긴다든지 상호를 바꾼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박 사장이 토종한우백화점의 사장인지 모르는 고객이 간혹 있다. 한 번은 박 사장이 버젓이 앞에 있는데도 사장을 찾는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솔직하게 저는 고기에 대해 잘 몰라요. 10년을 했다고 해도 몇 십 년씩 해온 사람들이 보면 초보인 셈이죠. 그래서 저는 직원을 뽑을 때 경력이 오래된 전문가만을 선택해요. 그리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죠. 고기 선택과 상품 진열, 그리고 손님 접대 등이죠. 그러다 보니 우리 직원이 사장 인줄 알고 그러시는 손님이 간혹 있어요.”
기분이 나빠질 만도 한 대, 박 사장은 전혀 그렇지 않단다. 오히려 사장이라고 오인 받을 정도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주는 직원들이 고맙고 감사하단다.
박 사장은 토종한우백화점의 문을 열 때부터 자신은 고기에 대해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고기만큼 전문가의 결정을 믿고 따르자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은 가게 전체의 운영과 조직 관리를 도맡은 것이다.
◇또 하나의 숨은 공간, 구이방
토종한우백화점의 고기 맛은 주부가 아닌 남편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 한 가정에서 주부들보다 남편들이 먼저 맛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바로 매장의 뒤편에 마련된 ‘구이방’ 덕분이다.
처음에 구이방을 만들게 된 이유는, 한우 한 마리를 손질하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부위 외에도 특수 부위라고 하는 얼마 나오지 않는 고가의 고기가 생긴다. 1등급 한우만을 고집하다 보니 이 부위의 가격도 자연스레 상승하고, 시장 안에서는 판매가 어려워 자꾸 재고가 되어 버리는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특수 부위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구이방을 만들어 고기값만 받고 장소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국물을 함께 내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재고도 해결되고 덩달아 그 맛을 보았던 남편들이 집으로 돌아가 부인들에게 고기 맛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톡톡히 홍보 효과도 보고 있다.
현재의 불경기를 조금이라도 피해 보고자 형편없는 고기를 마구 흔들어 대며 판매하는 정육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그것은 잠시 일어나는 눈속임일 뿐, 앞으로 계속될 장기전에서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 박 사장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린애도 뚝 울음을 그친다는 불경기가 길어져도 토종한우백화점은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매출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한번 좋은 고기에 길들어진 손님들은 그래도 꾸준히 토종한우백화점을 찾아 주시기 때문이다.
◇‘객단가가 줄어들지언정 고객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토종한우백화점의 박병찬 사장의 말이 장사를 함에 있어서 상인들에게 가장 많은 힘을 주는 중요한 재산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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